- 등록일 2003-10-29
- 담당부서
- 조회수92
건설업체들의 입찰실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월말 대형업체인 A사는 B기관이 집행한 턴키방식의 건설공사를 수주직전에서 놓쳤다.
A사는 경쟁사인 C사보다 설계점수에서 0.02점이 뒤졌지만 공사수행능력점수에서 만점이 가능해 공사수행능력점수에서 0.3점이 모자라는 C사를 제치고 수주가 가능했던 상황이었기 때문.
그러나 A사는 B기관의 PQ기준상 공동수급체의 시공비율이 20% 미만이면 평가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간과한채 공동수급체를 구성, 공사수행능력점수에서 만점을 받지 못해 결국 공사를 수주하는 데 실패했다.
이달초에는 중견업체인 D사가 E기관이 발주한 토목공사를 지역가산점수 착오로 수주하지 못한 일도 벌어졌다.
발주기관 관계자는 “입찰을 집행하다 보면 업체들의 입찰실수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으며 기준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업체들의 입찰실수는 규모가 커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공사이거나 적격 1순위에 선정됐다가 실수로 탈락한 경우에만 드러날 수 있어 소규모 공사와 적격 1순위 이외의 업체까지 감안하면 입찰실수는 더욱 많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입찰컨설팅업체인 대한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추정가격 50억원 이상 내역입찰공사에서 적격점수 만점업체들의 입찰성향을 분석해 보면 5등급 이하 하위업체의 경우 조달청, 행자부, 농기공, 수공 등이 적용하고 있는 자재 및 인력조달가격의 적정성에 대한 고려없이 투찰하는 사례가 많다”며 “일부 운이 좋아 수주에 성공한 업체도 있기는 하지만 적정한 투찰가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다음카페에서 회원수 2천500여명의 건설입찰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는 권용욱씨는 “중소업체 특히 신생업체 가운데서는 추정금액에 따른 투찰률 하나만 알고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가 많다”며 “투찰률이 정해진 이유는 고사하고 공동도급의 개념조차 모르는 업체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입찰실수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발주기관들의 PQ 및 적격심사기준은 복잡·난해해지고 있는 추세인 데 반해 공공공사 수주영업인력에 대한 건설업체들의 투자는 갈수록 인색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업무부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형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과거 본부로 운영했던 수주영업부서를 축소해 기술본부 산하로 배속시킨 지 오래고 심지어는 기술부서의 한개 팀으로 운영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
중견업체인 F사는 지난 7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별도 부서로 운영해온 업무부를 토목기술영업부내 업무팀으로 축소시켰다.
또 시공능력 30위권 이내의 대형업체라 하더라도 절반 이상의 임원을 포함 열명 이내 단촐한 인력으로 업무부서를 꾸려나가고 있다.
규모가 작은 회사는 더욱 열악한 상황.
권용욱씨는 “중소업체 중에서는 여직원 한명에게 입찰을 전담시키고 있는 업체도 많다”며 “여직원이 결혼 등으로 회사를 그만두면 또 새로운 여직원을 뽑아 입찰을 맡기고 있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업체의 한 관계자는 “발주기관들의 PQ 및 적격심사기준은 수시로 바뀌고 있고 변별력 확보차원에서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어 입찰전문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데도 건설업체들은 IMF 이후 지난 5∼6년 동안 전자입찰제 도입 등 과거와 달라진 수주환경을 이유로 수주영업부서를 지속적으로 축소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업체 경영자들이 지금의 공공공사 입찰을 영업력보다는 운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수주영업부서가 위축되고 있는 큰 원인”이라며 “일부 운이 작용해 낙찰받는 업체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낙찰은 발주기관의 입찰정보와 경쟁사의 PQ자료 등을 확보해 분석한 후 최상의 투찰가격을 적어낸 입찰전문인력의 노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수주영업부서의 축소는 직원들의 소속감을 떨어뜨리고 근무의욕의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며 “잇따르고 있는 건설업체들의 입찰실수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부문에 치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공공부문의 수주영업이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투기억제정책으로 주택경기가 불투명해지면서 공공부문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공공영업조직의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산하 교육기관내에 입찰계약전문가과정을 신설, 공공기관별로 계약전문가를 육성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며 “건설업체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입찰·계약전문가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權赫用기자 hy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