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2004-05-07
- 담당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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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예산팀은 6일 서울 모지역 아파트 건설현장의 하도급공사 입찰에서 낙찰하한 80%보다 5%포인트 낮게 최저가격 투찰한 A사의 내역서를 놓고 하도급 저가심의를 벌여 팀원들간 열띤 토론끝에 이 회사를 낙찰대상에서 배제키로 결정했다.
A사의 내역서를 검토한 결과 낙찰하한과 투찰금액의 차이를 메울 수 있는 명분이나 타당성을 찾기 힘들어 덤핑투찰이 의심됐기 때문이다.
공공공사중 최저가낙찰제 공사를 대상으로 올해부터 시행된 저가심의제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서 저가심의방법을 건설업체들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공종별로 일정률의 낙찰하한을 정하고 낙찰하한보다 낮게 투찰한 업체에 대해서는 오랜 경험을 갖춘 부·차장급 기술자로 구성된 예산팀의 저가심의를 받도록 규정해 놓았다.
예산팀은 건축공종 3명, 토목공종 2명 등을 비롯해 설비, 전기, 플랜트, 통신, 조경 각 1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돼있으며 심의는 정해진 양식에 따라 이뤄지지만 최종 판단에는 기술자들의 경험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주변에 시공중인 현장이 있어 관리비를 줄일 수 있거나 획기적인 공법을 적용해 공사비를 낮출 수 있는 등의 명분과 타당성이 없는 경우에는 저가심의를 통과하기 힘들어 낙찰하한 밑으로 투찰한 업체 가운데 저가심의를 통과한 업체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이 운영하고 있는 하도급 저가심의제도 덤핑투찰을 가려내는 변별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현장설명시 미리 낙찰하한을 예시하고 투찰률이 낙찰하한에 미달한 업체에 대해서는 현장소장 및 공무담당, 본사의 견적·외주·공사관리 담당 등 6명으로 팀을 이뤄 하도급 저가심의를 실시하고 있다.
이 경우 축적돼있는 데이터를 활용해 저가심의를 벌이고 데이터만으로 심의가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기술자들에게 판단을 맡기고 있다.
삼성물산은 저가심의를 통해 저가투찰사의 30% 이상을 걸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건설이나 삼성물산의 경우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공공공사뿐만 아니라 시행의무가 없는 민간공사에도 하도급 저가심의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반해 올해부터 최저가낙찰제 방식의 공공공사에 저가심의제가 도입됐지만 올해 최저가낙찰제 공사의 평균 낙찰률은 57.1%로 지난 2001년 65.8%, 2002년 63.0%, 작년 60.1% 등과 비교해 더욱 낮아져 저가심의제가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건설업계는 건설업체들의 하도급 저가심의와 최저가낙찰제의 저가심의가 덤핑투찰을 가려내는 변별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건설업체와 공공기관이 시공물에 대해 느끼고 있는 책임감의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은 시공물에 대해서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관계로 단지 공사비가 싸다는 이유만으로 하도급업체를 선정하지 않는다”며 “저가시공으로 시공물의 품질에 이상이 생기면 이로 인한 금전적인 손실뿐 아니라 회사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어 하도급업체 선정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공사에 만연된 저가시공은 향후 시공물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정부가 공공시설을 내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지금과 같은 덤핑투찰을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權赫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