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200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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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키방식으로 발주된 건축공사들이 지나치게 낮은 예산때문에 건설업계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가운데 설계수준도 토목이나 플랜트 등 다른 공종에 비해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발주기관들이 건설업계의 일감부족을 틈타 턱없이 낮은 공사예산을 가지고 높은 품질의 건축물을 확보하려는 무리한 공사발주 행정을 펼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설계심의가 이뤄진 턴키공사는 공종별로 토목 4건, 건축 4건, 플랜트 3건 등 총 11건이며 설계심의에서 1위를 차지한 업체들의 평균점수는 토목이 92.62점으로 가장 높고 이어 플랜트 90.5점, 건축 88.26점 등 3개 공종 가운데 건축공종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얻었다.
지난해 실시된 토목 17건, 플랜트 14건, 건축 22건 등 총 53건의 턴키설계심의에서는 1위 업체의 평균점수가 플랜트 94.25점, 건축 93.09점, 토목 91.04점 등의 순이었던 것과 비교해 토목공사의 평균점수는 오른 반면 플랜트공사와 건축공사의 평균점수는 떨어진 것으로 낙폭은 건축공사가 4.83점으로 플랜트공사의 3.75점보다 1점 이상 크다.
건설업계는 지난해말부터 설계심의방법이 이원화된 영향도 있기는 하겠지만 다른 공종보다 건축공사의 설계점수가 두드러지게 낮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처럼 턴키방식으로 발주된 건축공사의 설계수준이 타 공종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은 발주기관들이 입찰참가지침서를 통해 높은 품질을 요구하면서 공사예산은 기타공사 수준으로 낮게 책정하고 있는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축공사의 턴키발주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공사예산 문제로 건설업체들의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발주기관들은 건설업체들의 수주경쟁이 치열한 점을 이용, 적은 비용으로 고품질의 시공물을 얻기 위해 상징성이 떨어지는 건축물까지도 턴키발주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으로 올해들어 턴키로 입찰이 집행된 6건의 건축공사 가운데 부경대학교 다목적공학연구동 신축공사, 삼척대학교 도계캠퍼스 조성공사 등 2건 공사의 입찰이 건설업체들의 외면으로 경쟁입찰요건조차 성립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토목이나 플랜트공사는 실적 확보차원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 수주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건축공사는 물량 확보 외에는 의미가 없어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과다설계에 나서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며 “턴키방식으로 고품질의 건축물을 얻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는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는 점을 발주기관들이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權赫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