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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뉴스

  • 등록일 2004-08-31
  • 담당부서
  • 조회수85
소규모공사에 대한 최저가낙찰제 적용이 무리한 저가투찰과 계약포기 등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빚고 있다.


서울시 지하철공사는 예산절감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전기공사 등 모든 시설공사에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특히 소규모 공사의 경우 입찰참가업체가 몰리면서 예가대비 1%대의 초저가투찰과 계약포기가 빚어지고 이에 따른 계약포기, 재공고와 재입찰 등 행정력 낭비현상까지 초래되고 있다.


서울시 지하철공사가 지축차량기지 노후시설물을 개수하기 위한 전기공사를 최저가로 발주, 첫 개찰결과를 발표한 것은 지난 6월1일.


예정가격 7억2천만원 안팎의 이 공사 입찰에는 전국에서 총 1천636개사에 이르는 전기공사업체들이 참가한 가운데 J전기社가 가장 낮은 금액을 써내 낙찰업체로 선정됐다. 낙찰가격은 828만원대로 예가대비 1.150%에 불과했다.


웃지못할 대목중 하나는 공사수주에 가까스로 실패한 2∼4위 투찰 업체들의 사정이다.


같은 입찰에서 D엔지니어링은 예가대비 1.155%에 해당하는 832만원을 써내 ‘고배’를 마셨고 S전기와 S전설은 각각 835만원(예가대비 1.160%)과 1천277만원(1.773%)을 투찰해 계약대상 3·4위에 그쳤다.


J전기는 담당직원의 전산조작 실수로 발생한 일이기에 계약포기를 선언했고 이에 따라 지축기지 입찰은 재공고에 부쳐졌다.


이 과정에서 J사는 투찰금액의 5%에 해당하는 입찰보증금을 잃게됐고 발주처로부터 부정당업자 제재를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D엔지니어링과 S전기·S전설도 마찬가지로 착오에 의해 초저가투찰을 한 셈이지만 ‘J사 덕분에’ 불이익을 면하게 됐다.


재공고에 이어 두번째 개찰이 이뤄진 것은 지난 6월22일, 해프닝은 재연됐다.


이날 입찰에서는 862개 전기공사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H사가 예가대비 0.937%에 불과한 675만원으로 낙찰사로 선정됐고 이어 S전력과 Y전기는 각각 828만원(1.150%)과 840만원(1.167%)를 써냈지만 낙찰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에도 세 업체 모두 착오와 실수에 의해 투찰금액을 잘못 기재했던 것으로 나타났고 결국 H사는 불이익을 감수한 채 계약을 포기했다.


두번째 재공고에 이어 세번째 개찰은 7월6일.


739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한 가운데 또다시 S전력은 예가대비 1.131%인 814만원을 써내 공사를 수주했고 Y전기는 840만원(1.167%)을 투찰했지만 2위에 머물렀다.


역시 S전력은 계약을 포기한 뒤 부정당업자 제재대상에 올랐다.


결국 이 공사는 지난 26일 네번째 입찰에서 6억6천여만원(91.944%)을 투찰한 B전설에 돌아갔다.


마지막 입찰에서는 63개 업체만 참여한 가운데 B전설을 포함한 2개사만 유효투찰로 분류됐고 나머지 61개사는 서류미제출 등 결격업체로 판정돼 높은 낙찰률이 기록됐다.





지난 3월부터 서울시 지하철공사가 모든 시설공사 입찰에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한 이래 초저가 수주와 계약포기, 부정당업자 제재와 입찰재공고 등 말썽이 끊이지 않고있다.


공사측이 최근까지 6개월동안 최저가 방식으로 발주한 시설공사는 모두 137건(재공고 포함), 이중 예가대비 50% 미만으로 낙찰 대상업체가 가려진 공사가 55건에 달해 저가수주 풍토가 만연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예가대비 50% 이상∼60% 미만 낙찰공사도 32건, 60% 이상∼80% 미만 낙찰공사는 37건이었고 80% 이상의 정상적인 낙찰 사례는 불과 13건에 그쳤다.


그나마 80% 이상 낙찰공사는 신기술제한 등으로 입찰 참여업체가 10∼30여곳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예가대비 30% 미만의 초저가로 낙찰된 공사도 20여건에 달하는데 지난 6월 이후 약 3개월간 이뤄진 초저가낙찰만 예로 들어도 역사화장실 환경개선공사가 예가대비 10.19%로 낙찰사가 가려진 것을 비롯해 △집개표소 통화장치 설치공사(10.07%) △양천구청역등 10개역 제연설비공사(1.131%) △트라프 인상·기타공사(9.99%) △조명·동력동 간선용량 증설공사(7.09%) △1∼4호선 역무자동설비 이설공사(10.27%) △노원역일대 신호케이블 보강공사(17.89%) △선릉역외 궤도콘센트 접지공사(9.92%) △지축기지 노후시설물개량 통신공사(9.91%) △신정기지 전선관로 교체공사(9.60%) 등 10여건이 눈에 띈다.


초저가 낙찰공사의 상당수는 투찰업체 담당직원의 전산입력 실수, 다른 입찰과의 혼동, 회사들이 이용하는 투찰프로그램의 오작동 등 ‘에러’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저가공사를 수주한 뒤 계약을 포기하면 투찰금액의 5%에 해당하는 입찰보증금을 손해보는 것은 물론 공사측 계약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수개월동안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받기 때문에 투찰업체들이 고의로 입찰질서를 훼손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A사 관계자는 “기존의 제한적최저가 입찰에 익숙하다보니 투찰프로그램에 에러가 발생해 잘못 투찰했다”고 밝혔고 B사 관계자도 “입찰 당일 다른 입찰건과 혼동을 일으켰다”며 입찰질서를 문란하게 할 뜻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개 입찰에 적어도 100∼200여곳, 일부 입찰에는 1천∼2천개 업체들이 참여하는 상황에서 한두개 업체가 투찰금액을 잘못 기재하는 사례는 계속되고 있고 이럴 경우 행정처분과 재공고가 반복되면서 시설공사 착수시점도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일부 저가수주 업체는 부정당업체 제재를 면하기 위해 투찰 실수에도 불구하고 공사계약 및 착공을 감행, 상당한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S전기사의 경우 1억7천400만원을 투찰하려다 7천400만원만 투찰, 예가대비 30%에 공사를 수주했지만 부정당업자 지정보다 적자시공이 낫다고 판단,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측은 “투찰업체들의 연이은 실수로 행정력 낭비와 사업기간 지연 등 입찰·착공에 차질이 초래되고 있다”며 입찰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중소업체들의 업무프로세스와 행정·시공능력을 고려치 않고 무차별적으로 최저가제를 적용함으로써 무질서한 입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서울시 지하철공사는 전국 지자체와 산하기관 등 발주처를 통틀어 유일하게 모든 시설공사 입찰에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고 있다.


정부투자기관과 지자체는 국가계약법을 준용하도록 의무화돼있어 멋대로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할 수 없지만 지자체가 설립한 지방공사는 이 같은 의무가 없어 경영구조 개선과 예산절감을 위해 무리한 입찰제도를 도입할 여지가 있다.


문제는 수억원대 혹은 수백만원대 소규모 공사에까지 최저가를 적용할 경우 적자시공은 물론 부실시공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 안전사고를 비롯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하철공사가 대규모 부채와 만성적인 적자운영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최저가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규모가 영세한 일부 업체들이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공사를 수주하면 정상적인 품질·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하철공사를 제외한 전국의 모든 지자체와 지방공사에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최저가제를 기피하고 제한적최저가제를 고집하는 이유는 부실시공을 막기위한 불가피한 조치가 아니냐”며 “유독 공사측만 최저가를 도입하면서 중소업체들이 무더기 행정처분을 받거나 적자시공을 감수하는 불합리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 지하철공사의 최저가 전면도입 이후 시 산하 다른 지방공사나 다른 지역 지방공사들도 검토작업을 진행했지만 선뜻 최저가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곳은 한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북지역의 한 지방공사 계약담당자는 “최저가를 도입하면 최대 30%까지 시설공사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지만 저가수주에 따른 부실공사 우려를 해소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제도도입을 유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저가수주로 인한 부실 우려가 현실로 증명되려면 적어도 몇년의 시간이 지나야 하지만 그때 가서 문제점이 발견되더라도 상황을 돌이킬 수는 없을 것”이라며 “건설공사 계약에서 예산보다 중요한 것이 품질안전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한편 지하철공사측은 저가수주로 인한 폐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철저한 감리감독으로 부실우려를 원천 차단하겠다”고만 밝힐 뿐 제도개선을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辛正雲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