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200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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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없는 건설사 감원 ‘칼바람’
신규사업 없는 개발·영업관련 부서 전전긍긍
관계자 “경기한파에 자산매각 외엔 대안 없어”
cbs노컷뉴스
19일 오후에 찾은 서울 도심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은 날씨만큼 차가운 경기한파의 한복판에 있었다.
현장에는 시공사의 한 협력업체가 지난달 28일 부도나면서 ‘불황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사업장에서 만난 한 현장 관계자는 “철골공사 분야에서 ‘톱 5’안에 드는 건실한 기업이었지만 최근 자금난을 못이겨 쓰려졌다”며 “1천억원 정도의 채권이 몰린 게 화근이 됐다”고 말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오늘 본사로부터 또 다른 협력업체가 부도가 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줬다.
토목공사를 담당하는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연말에 날 해외발령 인사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김씨는 “올해 12월에 9명을 해외로 인사발령 낸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며 “달러로 생활해야하는 해외로 나가면 원화로 받는 월급이 30%정도 깎이는 셈”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직원들은 해외발령이 사실상 감원을 단행하기 위한 땅고르기 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건설경기가 워낙 없다보니 내년 상반기까지는 일감이 없다고 봐야한다. 내년 1월에 공사가 끝나면 더 이상 일을 할 현장이 없게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만일 인사 대상자에 포함되면 회사를 계속다닐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한 중견 건설사는 이미 과장급 이상의 임금을 5~15% 삭감한데이어 수일내 본격적인 감원을 예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내에 전체 인원 중 25~33%를 줄일 것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면서 “신규사업이 없는 개발, 영업, 연구 관련 부서가 특히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토지나 리조트 등 보유자산을 상당수 처분한 상태다. 또 다른 중견사도 인력 재배치를 통한 인력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규모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을 뿐 어쩔 수 없이 감원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면서 “예를 들어 엔지니어를 영업분야로 발령하는 식으로 인원을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형 건설사들도 정도가 덜할 뿐 인력 구조조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B사는 다음달에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받고 임원 가운데 20% 이상 줄이는 인사를 앞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임원이 100여명 정도인데 20~30명 정도는 회사를 떠나야할 것 같다”며 “외환위기때처럼 명퇴를 받는다고 하는데 이 불황에 나가면 어떻게 살수 있겠느냐”고 걱정했다.
다른 대형건설사인 C사도 다음달에 인력 재배치를 포함한 대대적인 인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연말 구조조정은 몇몇 대형사만 빼고는 예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경기가 빠른 시일내에 회복된다는 보장이 없어 감원이나 자산매각 외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08년 11월 20일 20:5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