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200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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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하도급 업체에 돈이 돌게 하라
2009년 03월 10일 (화) 지면보기 | 21면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충청권 지자체들이 공공공사 조기발주에 나선 건 중소업체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대전시와 충남·북이 이렇게 푼돈이 수천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 막상 하도급업체들은 공사 조기발주 전보다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다. 지자체들이 아무리 공사대금을 풀어봤자 원청업체인 대기업들이 돈을 웅켜 쥔 채 하도급업체에 대한 결제를 미루는 탓이다. 나부터 살고보자는 대기업의 횡포에 중소업체들이 점점 궁지로 몰리고 있다.
원청업체와 하도급업체 사이의 잘못된 관행은 건설부문에서 특히 노골적이다. 충청권 지자체는 건설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올해 전체 물량의 90%를 상반기 중 발주하고, 이중 60%에 달하는 자금의 조기 집행에 나섰다. 문제는 엄청난 돈을 풀었음에도 현장에서는 자금이 돌지 않다는 데 있다. 지자체로부터 현금으로 공사대금을 받은 원청업체들이 하청업체에게는 3~6개월짜리 어음을 돌리는 통에 자금회전이 꽉 막힌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시달리고 있는 하도급 업체들로서는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갖가지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아도 시장에선 먹히지 않는다. 하청업체들은 지자체 발주 사업만이라도 현금으로 공사대금을 받게 해달라며 통사정하고 있으나 원청업체들은 이에 아랑곳 않고 있다. 말로만 상생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이 선급금을 받고도 이를 하도급업체에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만연하고 있다. 감사원이 얼마 전 대전지방국토관리청시행 공사 28건을 표본조사해봤더니 무려 15건의 불공정 거래 사실이 나왔다. 원도급업체가 68개 하도급업체에 지급해야할 선급금 185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원도급업체는 발주처로부터 수령한 선급금을 15일 이내에 하도급업체에 지급토록 규정한 건설산업기본법은 있으나 마나다.
원청업체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현금결제를 축소하거나 늑장지급해도 감내해야 하는 게 하청업체들의 처지다. 이들의 횡포에 맞선다는 건 때로는 생존권을 거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까닭이다. 따라서 공사 발주기관은 돈만 풀게 아니라 자금이 제때 하청업체에 들어가는지 사후 감독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위기를 함께 극복하려는 대기업의 상생협력과 고통을 분담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