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2018-06-01
- 담당부서
- 조회수127
“이대로 가면 건설산업 붕괴”… 거리로 나선 ‘벼랑끝’ 건설인
정부의 헐값 발주 개선과 SOC(사회기반시설) 투자 확대를 요구해 온 건설업계가 결국 거리로 나왔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회장 유주현) 17개 단체와 기타 5개 단체에 소속된 전국 건설인 7000여명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 ‘전국 건설인 대국민호소대회’를 개최했다.
종합과 전문, 전기, 설비, 정보통신, 건축, 엔지니어링 등 범건설업계가 한목소리로 집회를 연 건은 건설업계 70년 역사상 처음이다.
‘안전한 대한민국, 적정공사비에서 시작됩니다’라는 대회 슬로건 아래 참석자들은 ‘헐값 발주 OUT, SOC 투자 확대’ 등의 피켓을 들고 “국민안전 위협하는 저가발주 개선하라”, “지역경제 파탄난다, SOC 확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건설인들은 노후 인프라 시설 개선을 통한 국민의 안전 해소와 부족한 공사비로 위협받는 건설업계 생존권의 확보를 요구했다.
유주현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부족한 공사비로 인한 무리한 공사, 그리고 열악한 작업환경은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뺏고 있으며 더 나아가 죽음의 현장으로 몰고 있다”면서 “오늘 집회는 전국 800만 건설가족의 생존이 달린 절박함을 호소하기 위한 자리”라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건축공사비는 1㎡당 163만원으로 영국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하철 공사비는 홍콩, 싱가포르의 7분의1 수준이다.
이는 삭감 위주의 공사비 책정 시스템 때문이다. 최근 15년간 공공공사의 설계가격은 최대 15% 떨어졌고, 각종 단계별 심사로 13%가 더 떨어져 예정가격이 된다. 결국, 100원짜리 공사가 74원으로 발주되는 구조다. 이 와중에 정부는 SOC 예산을 향후 5년간 연평균 7.5%씩 줄인다는 방침이다. 더구나 근로시간 단축(주 68시간→52시간)은 마땅한 보완책 없이 7월부터 시행된다.
공사비 부족, SOC 투자 감소는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와 고용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 10년간 공공공사를 주로 수행한 토목 종합건설사 1500개사가 폐업, 약 4만5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했다.
동국대 건설환경공학과 4학년 현동원씨는 “선ㆍ후배들이 취업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며 “하루빨리 건설시장이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건설인들은 대국민 호소문에서 △공공공사 낙찰률 10%포인트 이상 상향 △SOC 예산 확대 △300억원 미만 공사 표준시장단가 적용 배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성화 △공사원가에 법정 제수당 반영 등 5가지 대책을 요구했다.
대회 참석자들은 거리 집회 후 “건설산업 고사한다. 적정원가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국회의사당 앞으로 행진했다. 또 100여명으로 구성된 건설인 대표단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당사를 직접 방문해 대국민 호소문을 전달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 건설업계 위기상황이 제2의 조선ㆍ해운업, 군산 GM 사태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국회, 정부가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경제 / 김태형 기자 k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