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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뉴스

  • 등록일 2018-11-12
  • 담당부서
  • 조회수125
해마다 이맘때면 새해 경제전망이 발표된다. 국내외 기관들의 이번 경제전망은 한결같이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더 하락할 것이다, 일자리 사정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등 비관적인 전망 일색이다. 물론 이같은 전망이 항상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다.



사회현상에는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란게 있다. 예언으로 인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이 예언대로 실현되는 현상을 말한다. “말이 씨가 된다”는 우리 옛말과 같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이유는 그와 같은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정부의 이런 저런 정책 때문에 내년에 일자리 상황이 나빠지고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전망이라고 하면, 그와 같은 정책을 수정해서 그런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결국은 경제주체들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건산연에서도 최근 2019년 건설경기 전망을 발표했다. 건설수주는 올해 10%, 내년에도 6.2% 감소한 135.5조원으로 5년 내 최소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감소폭만 보면 우울하다. 하지만 연간 수주액은 5년 전의 평균적인 수주실적과 비교해서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위안을 하는 사람도 있다. 건설투자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0.4%p 하락하고 취업자 수는 9.2만명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는 이같은 전망치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경기상승 국면에서는 건설수주든 투자든 전망치보다 더 큰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에 경기하락 국면에서는 전망치보다 더 큰 감소세를 보였다. 게다가 경제구조의 변화로 인해 변동성은 갈수록 더 확대되고 있다. 만약 내년에 경기하락 국면이 심화되면 건설수주나 투자는 전망치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눈여겨 봐야 할 것은 건설경기의 하락 폭과 속도다. 올해 3/4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8.6%나 급락했는데, 이같은 수치는 1999년 1/4분기 이후 19년 내 최대 감소율이다. 또한 건설투자가 후퇴국면으로 전환된 뒤 불황국면으로 진입하는 속도가 과거보다 2배나 빠르다는 것도 심각하게 봐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를 비롯한 ‘닥터 둠’들은 2020년 경에 글로벌 경제가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향후 6개월 내에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 무역전쟁, 신흥국 금융위기 확산과 같은 대외적 불안 요인에다 국내 경제성장 둔화와 수출 감소 및 소비·투자 감소세 지속 등과 같은 대내적 불안 요인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이른바 ‘퍼펙트 스톰’을 우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민간 건설경기는 더욱 얼어붙을 것이다.



정부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로, 위기의 극복이 아니라 위기를 전제로 개인의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면 ‘자기실현적 예언’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불황에 대비하여 투자는 전면 보류하고 현금보유만 늘린다든지, 향후 1∼2년간 민간 주택경기가 나쁠 것이니까 분양사업을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한다든지, 신규 고용은 커녕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취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모든 기업들이 행동한다면 경기가 회복될 수 없다. 개인은 개인대로 소비를 줄이고, 현금보유를 확대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며, 향후 부동산가격의 하락을 예상하여 빨리 처분할 목적으로 더 싸게 내놓은 물건들이 많아지면 자산가격 하락과 경기침체를 더 부추기게 될 것이다.



정부는 균형자로서 변동성을 줄여 주어야 한다. 경기가 과열되면 규제를 통해 과열을 억제해야겠지만, 너무 침체되어 있으면 부양책을 통해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민간 주택경기가 침체되면 공공 건설투자라도 확대하여 건설경기의 연착륙을 도모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SOC 예산을 전년대비 14%나 삭감했고, 내년도 SOC예산안은 올해보다 5,000억원이나 적게 편성했다. ‘생활 SOC’는 올해보다 약 3조원 가량 늘었지만, 전통적인 인프라에 비해서는 경기 견인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10월말에 정부가 뒤늦게 나마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내놓은 것은 환영할 만하다. 지원방안에 포함된 공공기관의 투자확대 뿐만 아니라 11월 한달동안 이루어질 국회 예산결정 과정에서 SOC예산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경제성장률의 하락과 일자리 감소 폭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건설업체들은 기업가 정신의 회복이 중요하다. 기업가 정신의 요체는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와 모험정신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관주의와 현상유지 내지 리스크 회피전략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듯 하다.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니 회사를 키우기 위해 투자를 하거나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 대신 개인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비관적인 경기전망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19년이 그런 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