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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뉴스

  • 등록일 2019-01-04
  • 담당부서
  • 조회수133
최근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이달 중순 공포만을 앞두고 있다. 재발 위험 현장에 대한 작업중지권,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 강화, 안전보건조치 위반 처벌 강화 등 그동안 하도급업체에 집중돼 있던 산재 책임을 원청으로 끌어올렸다며 정부와 여당, 노동계는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근로자들의 ‘안전할 권리’가 신장됐다는 의미다.

지난 연말 24세 청년이 겪은 끔찍한 사고로 논의가 급물살을 탄 산안법은 입법예고 직후부터 건설업계를 포함한 경영계의 우려를 낳았지만, 일부 처벌 수위가 완화됐을 뿐 당초 정부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로 공포 및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재 산업현장의 실질적 관리주체인 원청의 책임이 하청업체보다 가벼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산안법 개정이 ‘안전 선진국’으로 향하는 발판임은 틀림없다. 원청과 하청이 협력해 근로자의 생명을 지켜내야 한다.

그러나 건설업의 현실은 조금 다르다. 공사의 총 관리권을 가진 발주자가 존재한다. 공사비와 공사기간, 즉 돈과 시간을 쥔 발주자는 자신이 발주한 공사에 대해 사실상 무한한 권리를 지닌다. 그런데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발주자는 뒤로 한 발 물러선다. 발주기관의 관리자는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다. 권리는 있지만, 책임은 없다.

이번 개정안에는 발주자의 ‘책임’ 관련 조항이 신설됐다. 물론 안전보건대장 작성과 이행의 확인 등 강화된 원청의 책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정부가 이에 대한 인지를 시작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안전할 권리를 가진 근로자들의 책임도 건설현장에 존재하지 않는다. 근로자는 안전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가장 큰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나 사고 이전 자신은 물론 다른 작업자의 안전사고 예방과 차단에는 근로자도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 건설현장을 포함한 산업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거나 다친 근로자들에게 ‘당신 탓’을 하는 건 아니다. 공사 일선에 투입돼 실제 작업을 담당하는 동시에 안전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근로자에게 권리는 물론 책임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빨리빨리’ 문화 탓에 건설현장 내 베테랑 근로자들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거나 고소작업 시 안전조치를 생략하는 행태가 여전하다. 이런 모습이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면 원청의 관리 강화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권리에 상응하는 책임이 안전 선진국으로 향하는 길이다.

/ 권성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