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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뉴스

  • 등록일 2019-03-11
  • 담당부서
  • 조회수130



작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과학기술 분야 최고 권위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 제1회 전원회의’에서 국가 연구개발의 새 목표를 생활과 직결되는 ‘국민밀착형 R&D’로 정했다. 실탄격인 국가R&D 예산도 올해 최초로 20조원대로 늘렸다. 회의 후 8개월이 지났지만 달라진 게 별로 없다. 국민들의 최대 고민거리인 미세먼지 문제를 풀 R&D 결실도, 관련 연구 소식도 보이지 않는다. 연구계 일각에선 정부도, 정치권도 미세먼지 파괴력을 간과하면서 관련 기술이 경제성 등에 밀려 서랍 신세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국민 눈에는 뒷북행정 못지않은 뒷북R&D로 비칠 뿐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서해 미세먼지 차단벽’도 그 단면이다. 작년 서울 선유도공원의 월드컵 분수대에서 착안한 새 기술은 고압분사기로 바닷물을 쏘아올려 차단벽을 구성하는 기법과, 바닷물을 작은 구멍으로 통과시켜 만든 미세물입자를 대형 송풍기로 밀어올려 인공구름을 만드는 기법으로 나뉜다. 반면 경제성 논리에 밀렸다. 월드컵 분수대 하나의 건설비용만 78억원. 연구원 구상처럼 중국 미세먼지 유입로인 서해안 30㎞ 해안선에 150개 분수대만 설치해도 1조1700여억원이다. 미세물 입자 송풍방식은 2조원 이상 든다고 한다.

이해는 간다. 미세먼지가 거대 재난으로 부상한 지금과 당시는 다르다. 하지만 국민들이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몰아세우는 일자리와 복지부문에 수십조원과 수백조원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수조원이 대수인가. 미세먼지는 국민생활, 산업 패러다임을 넘어 정부 정책기조까지 바꿀 핵심 현안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업들마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다각적 기술개발로 새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미세먼지 상황이 이런 속도로 악화되면 정부가 6일 밝힌 탈석탄 정책 속도 단축을 넘어 고집스레 고수한 탈원전 정책까지 바꿀 수 있지 않을까란 추정도 나온다.

건설 관련 국책기관들의 결여된 선견지명도 아쉽다. 건설 분야의 최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초미세먼지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잡을 한지필터를 개발하는 등 나름의 성과물을 앞서 냈지만 미래 10년을 내다보고 산업계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국토교통R&D 집행기관과 다른 건설 관련 국책연구기관들은 무엇을 했는지 답답하다. 국민들을 위한 건설산업 및 기술의 방향성을 고민해야 할 국토교통부도 마찬가지다.

당장의 먹거리에만 허덕이는 건설산업계도 다르지 않다. 미세먼지특별법에 따른 비상저감조치를 또하나의 규제라고 불평할 뿐, 수십년간 축적해온 건설기술 고도화로 새 시장을 열어낼 기회임은 간과한 모습이다. 일례로 서해안에 미세먼지 차단벽을 줄줄이 시공하면 수십조원의 먹거리가 나온다. 중동 플랜트에 갇힌 해외건설의 포트폴리오까지 풍성하게 바꿀 수 있다. 미세먼지 차단 효과는 높이고 단가는 낮춘 기술을 선제적 R&D로 확보하면 미래건설의 선두주자로 부상한다. 특히 국민들의 답답한 숨통을 터준 효자산업이란 새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건설산업을 향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따뜻하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 출처 : 건설경제 - 김국진 산업2부장 (2019.03.07.)